2009/05/24 17:09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토요일 저녁, 압구정 플래툰에서는 미투데이 파티가 있었습니다. 이 날 모인 140명 정도의 미친들은 대통령 서거 때문에 이 행사를 중단할까 고심했다는 주최 측의 얘기를 들으며 모두들 한 마음이었습니다. (지금도 미투데이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글들이 쏟아져 나오네요)

  이 날 미투데이 파티는 한 달 전부터 준비되었다고 하더군요. 장소는 압구정 플래툰이었고,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 붙인듯한 (붙였나?) 아웃테리어가 아주 인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플래툰 내부>


  사실 이 날 행사는 저에게 굉장히 큰 "실험"이었답니다. 미투데이라는 서비스를 사용한건 불과 석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매력있는 서비스에 푹 빠져 살았거든요. 그러게 가입 석달 만에 미친(미투데이 친구-싸이의 1촌 정도?)이 200명이 넘었습니다. 이 날 파티는 저의 미친(온라인 친구)들을 실제로 만나게(오프라인에서) 되는 엄청난 "실험"인 것 이죠.

  제 MBTI는 E로 시작합니다. 외향적이죠. 아무런 조건없이 처음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는 거 제법 잘 하는 편입니다. 반대로, 조건있게 처음 만나는 사람들(예를 들어, 취직을 해서 새 회사에 들어갔다. 오래 동안 몸담을 동아리에 들어갔다 하는 경우...는 저에게는 조건있는 만남이라고 표현됩니다. 조직 안에 제 이미지와 포지션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을 만나면 처음엔 탐색전을 꽤 길게 갖는 편입니다. 이런 저의 성향을 봤을 때 미투파티는 조건없이 사람을 만나는 경우였습니다.


<미투데이 옥상파티 ! 여기가 메인홀(?) 옥상!>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다지 즐겁지 못 했습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편하지 못 했습니다.;; 파티가 별로였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안 가본 데 가는 거 좋아하고, 안 먹어본 음식 먹어보는 거 정말 좋아하는 (맛이 없더라도;;) 모험적인 성향이라, 플래툰이라는 독특한 공간에 있던 것도 굉장히 좋았고, 양은 적었지만 소세지도 맛 있었습니다. 그리고 빵 썰어주시던 분이 외국인 분이시라 그런 거 참 좋아합니다.

  날씨도 좋았고, 서울소닉의 공연도 제법 좋았고(난 근데 음악에서만큼은 이렇게 과격한 시도는 못 즐기겠더라고요 ㅎㅎㅎ) 무엇보다,,, 온라인친구를 오프라인에서도 만난다는 취지는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정말,,, 서로가 궁금하니깐요. (안 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해 보면 알아요)


  그런데, 이런 취지와 무색하게도, 저는 미투 파티에서 굉장히 어색해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누군한테도 선듯 말을 못 걸겠더군요. 심지어 저 사람이 내 미친이고, 닉네임이 뭔지도 아는데도, 그리고 미투데이서 서로 댓글을 열심히 달아주던 사이라는 걸 알면서도,,, 선듯 말을 걸기 힘들었습니다. (아, 제가 소심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집에와서 보니 미투명함 교환한게 10장 좀 넘더라고요. 이 정도면 선방한거 아닌가?)


  이 날 파티에 오신 분들 중에 그나마 가장 활발해 보이는 분들은 기존에 오프라인 모임(번개?)을 통해 서로 몇 번 만났던 분들, 그것도 미리 약속을 잡고 만나서 두 명, 세 명 씩 끼리끼리 장소에 나타나신 분들 위주로 아주 적극적으로 파티를 즐기시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이건 제 주관이 많이 섞인 말입니다. 물론 혼자 돌아다니시면서도 정말 엄청한 친교력을 보이신 분들도 제법 계셨습니다) 아,,, 왜 그랬을까요...


 집에오는 지하철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오늘, 미친 분 중 한 분과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생각을 더 정리하게 됐습니다.




  "미친"관계의 의미

OFF-친구들과의 만남을 4가지 단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면(face to face) + 인사 + 안부   "왔어? 오랜만이다!"
2) 근황토크(정보전달) "요즘 어떻게지내? 지난 번에 말했던 그건 잘 되가?"
3) 심화토크(감성전달)  느낌, 공감, 위로, 격려, 칭찬, 축하 등등


  미투데이에서의 미친들과의 (온라인)만남은 위의 3단계 중에 1, 2 단계가 생략된다. 인사를 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침/저녁을 제외하곤 미투나 댓글에 인사를 적으면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없다.

  또 미친들 사이에서는 서로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분은 어떤지, 이런 "정보"의 교류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미친이 올렸던 글의 과거 내역을 둘러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투데이에서는 주로 3번의 "심화토크"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 부분에 있어서 말이다. 물론, 관심있게 본 뉴스를 링크 걸어놓거나, 개인적인 메모를 올려놓는 글도 많다. 그리고 이런 글들은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이 날의 "미친파티"에서 미친들과 나눌 대화의 거의 대부분은 3번의 "심화토크"가 되거나, 아니면 2번의 "근황토크", 굳이 "정보전달"의 범주에서 말하자면, "Who are U?"대화가 오갈 것이다.

어! 정말 궁금했었는데, 이런 분이시구나? 전공은 뭐예요? 어디 회사 다니세요? 아!!! 지난 번에 그 글 보고는 전공이나 관심분야가 그 쪽이신가 했죠~ 강남 얘기 많이 하시는 거 보곤 강남에 사무실 계신 줄 알았어요!

  어쩌면 이 3번 - 심화토크를 하기위해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는지도 모르겠다.감성의 교류야 말로 소통의 Goal일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투데이 서비스는 1, 2번의 커뮤니케이션 비용(Cost)을 엄청나게 줄여주는 놀라운 서비스이다. 1, 2 번 거치지 않고 바로 소통의 목적을 달성시켜주니 말이다.

  그런데, 위에도 적어놨지만, 이렇게 서로간의 근황도 잘 알고, 감성교류도 많이 해온 사람들을 OFF라인에서 만났더니.... 어색하다. 1번.. "대면"도 잘 못하고 (서로 눈도 잘 못 마주친다) "인사"도 어색하다. 힘들게 인사하고 명함 주고 받은 다음에,,,,, 서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이다.


솔직히 처음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들 ... 커뮤니케이션 장애 있는거 아냐?


  솔직히 처음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들 ... 커뮤니케이션 장애 있는거 아냐? 뭐 누가 판단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일 수도 있다. 나도 이 무리에 포함되었던 한 사람이니, 대표로 나를 분석해보자면, 26살 나이에 치아교정을 하고 있다. 어금니 위에 뭘 얹어놔서 입도 잘 안 다물어진다. 대화 중에 상대방 시선이 내 치아로 이동하면 갑자기 불안해진다. 그러다보니 대화 중에 입을 가리거나, 웃을 때 입을 안 벌리고 웃는 경향도 있다. 장애라면 장애다. 24시간을 살아가면서 입 밖으로 뱉는 말보다 손 끝으로 뱉는 말들이 더 많다. 물론 업무를 포함해서 말이다. 수 많은 생각 중에 "소리"로 컨버팅 되서 추출되는 것 보다 "문자"로 컨버팅 돼 추출되는 것이 훨씬 많다. 나의 발성장치가 퇴화해 갈지도 모른다. 나는 대화중에 상대방을 끊임없이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입 밖에 꺼낸 단어들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고 상대방의 눈짓 손짓 몸짓을 계속해서 관찰한다. 그런짓에 내 "연산처리능력"을 상당부분 투입시킨다.


  그래 결국 거기 모인 사람들이 140여 명이 커뮤니케이션 장애우 들이라고 치면, 이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된다. 그리고 네셔날지오그라피에 월드와이드 특종으로 소개되거나, W 같은 데 방송되고 끝나면 되겠다.

  하지만, 그렇게 문제를 간단하게 치부해버릴 수는 없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장애 기준은 뭔지, 누가 판단할 건지부터 정하고 생각하라지...)





  미투파티의 사람들이 내가 어색했던 이유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더 어색했던 것 같은 이유는 ;;;) 아마,,, 기대와 현실의 괴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동안 미투데이로 소통해오면서 머리 속에서 그려놨던 상대방과 현실에만 대면한 상대방의 차이가 크다보니깐 말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괴리를 보였던 부분은 "외모"였다. (ㅋㅋㅋ)
어째 다들 프로필, 아이콘 사진과 다르신가요? (나를 포함해서!) "님이 님인줄 몰랐어요~" 이런 분위기가 가득하다. ㅎㅎㅎ 나부터 사진을 좀 바꿔야겠다. 가장 추한 사진부터 올려놔야지 ;;;

  그 다음은 "관계"였다. 미투데이 "지지자(자신의 글에 댓글, 미투를 가장 많이 해준 친구를 순서대로 보여준다)" 1등인 이 미친과 나는 굉장히 친한사이이고 소통도 많이 하고 닮기도 많이 닮고, 공감하는 바도 많아, 엄청난 "친밀감"을 느꼈는데, 정작 만나고나니, 깊은 친밀감의 Base가 될만한 "익숙함", 그리고 "애정( C.S 루이스는 애정을 오랜 시간을 같이 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랑이라고 말했다) "의 부재에 어색하고 만다.

  끝으로, 이런 오프라인 만남 자체가 가져오는 "피로"에 기인하다고 생각해봤다. 게다가 많은 !!! 사람을 만나는 모임은 더욱 그 피로도가 높다. 어차피 똑같이 피로하겠지만, 140여 명이 서로 "저 사람이랑 내가 미친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 탐색적으로 두리번 거리는 공간에서의 피로도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것 같다.


  사실 아직도 이 파티 이후에 내 머리 속 한 구석은 이 날 내가 받았던 느낌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몰입까지는 아니고 계속 계속 생각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덜 어색할 수 있을까? 더 편할 수 있을까? 미드에서 나오는 듯한 그런 파티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다. 실험의 연속 -


  개인적인 고백(?)으로는,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난 것이 이번에 3번 째다. 그래서 내가 더 특별히 어색하고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저비용"이라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고 있는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