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9 11:02
이 글은 제 실제경험을 옮겨놓은 것으로 모바일 SNS을 연구하시는 분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5월 8일, 오후 5시 경, 퇴근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iPod touch가 꿈뻑거린다. 그러더니 이내 사과로고 만 뜨고 부팅이 안된다. 어차피 이 주전인가 대리석 바탕에 떨어뜨렸다가 앞면 강화유리가 깨진 채로 그냥 쓰고 있던지라, 겸사겸사 A/S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곤 어버이날 선물로 꽃바구니 배달시킨 게 잘 도착했는지를 확인하려고 마침 집에 있던 형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핸드폰 슬라이드를 열었는데, "개통이 필요합니다"라고 뜬다. 지난 5월 5일 세티즌에서 공짜폰을 구입했는데, 끊는다는 연락도 안 하고 갑자기 오늘 끊어버렸다. 이런 센스없는 분들을 봤나; 금요일 저녁에 전화를 끊으면 난 오늘 약속이 2개나 있는데 어떻게 만나라고 !
(대리점에 전화해서 내일로 미루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이런 저런 핑계로 안된다고 한다. 되긴 되는데 그럼 배송이 많이 늦어질거라고 또 그런다. 그리고 마치(?) 중고폰 처럼 뜯었던 걸 받게 된다고 말한다 어차피 뜯어서 보내주는거 아니었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신촌토즈로 향했다. 7시 반 약속인데, 금요일 오후면 신촌 쪽은 으레 교통이 많이 막히므로 서둘러 나갔다. 신촌토즈는 모임전문 공간이라 광고는 많이 봤는데, 가보는 것은 처음이다. 핸드폰 제조사 N사와 Y대 대학원 랩실에서 공동으로 연구하는 조사에 인터비이(interviewee)로 가는 것이다. 연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는데, 이게 왠걸, 토즈 약도를 메일로 받았던지라 iPod Touch가 작동하지 않으면 메일확인 불가능하다. 그런데 여전히 내 iPod은 사과로고만 무한반복하고 있다. 결국 시골서 방금 상경한 사람마냥 턱을 하늘로 치켜들고 "토즈"간판을 찾아야했다. 4층 이라는 것만 기억났기 때문에 연대 앞에서 신촌역까지 무작정 두리번 거리면서 걸었다. 사람들도 너무 많고, 또 다들 약속이 있는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다니고 천천히 걷는 사람들은 두 명이 같이 걷고 있거나 이어폰을 꼽고 있어서 길을 묻지도 못 하겠다.
횡단보도 앞에 대기 중에 용기를 내서 연대생처럼 보이는 남자한테 토즈를 물었다. 10초간 인상을 찡그린 채 기억을 더듬다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한다. 더는 용기도 안나서 그냥 혼자 찾아보기로 했다. 중간에 길을 어뚱하게 들어서 민들레영토 쪽으로 걸어가보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되돌아와 신촌역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던 중 다행히도 토즈 간판을 발견했다. 7시 10분. 늦지 않았다.
이 곳 인터뷰는 7시 반부터 9시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인터뷰가 끝나면 다음 약속은 "미투데이 번개"다. 장소는 홍대. 원래 사람들은 7시에 만나기로 되어있는데, 나는 이 인터뷰가 선약이기에 뒤늦게 합류하기로 했다.
토즈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로비에 있는 컴퓨터로 미투데이에 접속해서, 내가 지금 아이팟도 고장났고 핸드폰도 끊겼기 때문에 연락하기가 상당히 힘들 것 같다고, 마치 "온라인 무적자"가 된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이제 곧 모바일 미투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댓글을 달아주겠지 라고 생각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됐는데, 이건 나중에 시간나면 또 정리하도록 하고,, 인터뷰 후를 계속 이야기하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났고 이제 홍대로 이동하려는데, 우선 출발전에 지금 쯤이면 2차로 자리를 옮겼을 거라 생각되서 전화를 했다. 오늘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략 5~6명인거 같은데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한 명 뿐이다. 그것도 이미 알고 있던 사람도 아니고 번개모임 글에 전화번호를 남긴 미친이었다. 공중전화 부쓰를 찾아 동전을 넣고 전화를 시도했는데 안 받는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싶어 홍대까지 걸어갔다. 20분 후 홍대 앞에서 공중전화 부쓰를 찾아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역시 안 받는다. 두어번 다시 전화를 시도해봤으나 마찬가지다. 아마 가방에 핸드폰을 넣어둔 모양이다.
핸드폰이라도 되면 모바일 미투데이에 접속해서 "소환"메시지(미투데이에 글을 남길 때, 상대방의 id나 대화명을 넣고 글을 남기면, 상대방에서 문자를 보낼 수 있다. 내가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모르더라도, 상대방이 환경설정으로 문자를 받게끔 해놨다면 수신이 가능하다. 무료는 아니고 문자를 발송하는 입장인 소환자가 "미투토큰"으로 문자비용을 지불한다) 라고 보낼텐대 핸드폰이 끊겼다. 어떡해야하나?
이내 나는 가까운 PC방을 찾았다. PC로 미투데이로 접속해 번개참석자 2명에게 소환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곤 참석자들 미투데이에 들어가서 식미투(음식을 먹을 때 핸드폰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남기는 문화)를 확인했다. 아, 여기서 1분 거리인 "삭"이라는 곳에 있구나! 그리곤 다시 내 미투로 돌아와보니, "삭"에 있노라는 댓글을 봤다. 1,000원을 지불하고 PC방을 나와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렇게 내 스물여섯 인생 최초의 온라인 번개가 시작됐다.
펼쳐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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